romantic rain

 

약 10여 년 전 대학생  때 유럽 배낭여행을 할 때는 유레일 패스 2등석을 구입해서 기차 시간표를 확인하여 무제한으로 기차를 타고 여행을 했었다.

야간열차의 쿠셋은 예약비를 지급하고 예약을 했었고 추가 예약비를 내야하는 구간 이외에는 유레일 패스만 있으면 어떤 기차라도 탈 수 있어서 정말 편리했다. 유레일 패스의 금액이 만만치 않긴 했지만 말이다.

이번 여행에선 기간도 짧고 도시간 이동도 많지 않아서 구간권을 한국에서 미리 4개월 전에 오픈되는 스마트 요금으로 예약을 했었다.

이탈리아 내에서 이동하는 기차는 Trenitalia와 Italo 두 회사가 있는데 주로 트랜이탈리아를 예약하고 베네치아에서 피렌체로 갈 때는 오전에 출발하는 트랜이탈리아 기차요금이 이딸로보다 비싸길래 이딸로를 예약했다.  4개월 전에 오픈되는 스마트요금으로 '겟'하려고 여행 스케줄 보면서 하루하루 카운트다운을 했었다. 그리하여 베네치아에서 피렌체 산타노벨라행 기차를 21유로에 예약하였다. 피렌체에서 로마 갈 때도 이딸로를 예약하려 했으나 로마 트레미니역이 아닌 티부르티나역에 정차하기 때문에 숙소가 테르미니역에서 가까워서 나머지 기차 여정은 트랜이탈리아로 하는 것으로 하였다.

 

트랜이탈리아 홈페이지: www.trenitalia.com

이탈로 홈페이지: www.italotreno.it

 

우리나라에서 대학교 때 강촌, 대성리로 MT 가는 거 이외에는 기차를 타본 경험이 없어서 우리나라 서울역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유럽 기차역의 대기실이나 플랫폼에는 앉아 있을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었다. 안 그래도 이탈리아는 소매치기나 집시라도 만나게 될까봐 얼마나 조심 또 조심하면서 모든 사람들을 경계하게 되는데 말이다. 그러면 기차역에서 별로 기다리지 않도록 시간 맞춰서 기차역에 가고 싶지만서도 혹시 늦어서 기차를 놓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늘 기차역에 50분 이상 여유를 두고 도착해서는 다리 아프게 벽에 붙은 껌마냥 캐리어와 가방을 사수하느라 경계하곤 했다. 도둑이 아니더라도 기차에 타는 곳까지 따라와서 여행가방을 들어서 기차에 실어주고는 노동비를 뜯어내는 수법도 있다고 한다. 난 경험하지 못했지만 혹시라도 나에게도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정말 단호하게 필요없다고 소리치리라 결심했었는데 다행이었다.

그런데 이딸로는 기차역에 따로 사무실이 있어서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대기실에 앉아서 전광판에 나오는 플랫폼 번호를 따라가면 되서 다음 기차도 이딸로로 예약할 걸 하는 후회를 하기도 했으나 피렌체에서 로마갈 때 스마트 요금 19유로로 2등석 프리미움 자리를 겟하는 바람에 우연히 좋은 자리에 앉아보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다양한 기차 탑승 경험을 했다고 치자~~~

 

베네치아 산타루치아역 이딸로 사무실 내부 1번 플랫폼 옆에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딸로 사무실에 들어가니까 동양 여자분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알고보니 한국인이었는데 대기하다보니까 한국여자가 또 와서 기다린다. 기차 플랫폼이 나와서 기차타러 가는데 나랑 같은 열에 통로를 두고 앉았고 내 옆에도 다른 한국여자가 앉아서 2시간 내내 마음 편하게 기차를 탔다.

또한 나는 기차 좌석지정을 할 때 항상 여행가방 도난에 대비해서 짐칸 가까이에 좌석 지정을 하고 기차가 정차할 때마다 내 여행가방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뭐 본인 자리의 선반 위에 여행가방을 올려놓아도 충분할만큼 여유가 있었지만 나의 힘으로는 내 여행가방을 머리위로 들어올린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이라 판단해사 쉽게 시도해 보지 못했다.

 

파리의 Lyon 역에서 텔로 야간열차 플랫폼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앉아 있다가 찍은 사진

 

참!!! 파리에서 베네치아로 오는 야간열차 thello를 탓을 때 원래 내 자리는 1번 차량의 맨 밑자리였는데 어떤 외국인 여자 둘이 오더니 나에게 반갑게 인사하면서 어디서 왔냐고 완전 친한척을 하는게 아닌가? 외국인들은 참 외향적이구나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나에게 자리를 옮겨 달라는 부탁을 했다. 자기들 친구들이 6명인데 한 명만 다른 기차칸으로 예약이 되었다며 나에게 자리를 바꿔달라면서 말이다.ㅠ.ㅠ  난 여자 전용칸이냐고 물어봤고 물론 그렇다고 했다. 다행히 그 일행 여자 둘이서 나의 여행가방을 끌어주면서 다른 기차칸으로 찾아가는데 왜 이렇게 멀어? 한참 걸어가서 쿠셋칸으로 들어갔는데 오!! 마이 갓!!! 왜 이렇게 후덥지근 해 더워 죽는 줄 알았다. 사우나에 들어온 것처럼 들어가자마자 숨막히고 땀이 흐르고 게다가 자리는 맨 꼭대기 그 여자 둘이 자리가 괜찮겠냐면서 나에게 물어봤는데 할 수 없지 뭐~~~괜찮다고 했다. 혼자 어떻게 맨 위에까지 올라가서 내 여행가방을 짐칸으로 올릴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같은 칸의 승객 두명이 더 왔다. 그들이 내 가방을 짐칸으로 올리는 것을 도와주어서 맨 꼭대기 내 침대칸에 놓았더니 의아해 하는거다 여기가 내 자리라고 했더니 알겠다고, 그리고나서 사다리를 타고 꼭대기 내 자리를 올라가서 그 여자들의 가방도 짐칸으로 올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자리에 깔 수 있는 시트와 이불 베개커버 이불이랑 세트로 준비되어 있고 물도 한 병씩 준다.

에어컨은 기차 출발 전에 나오기 시작했는데 에어컨 나옴과 동시에 우리 쿠셋 칸에 있던 여자들 모두 환호하면서 박수쳤다.ㅋㅋㅋㅋㅋ 바닥에 시트 깔고 편한 옷으로 빨리 갈아입고 출입문에 잠금장치하고 복도측 창문에 블라인드도 내렸다. 기차 출발이 8시였는데 잘 준비를 마치고 엠피쓰리로 노래 들으면서 잠이 들기를 기다렸다. 의외로 기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잠이 든 거 같다. 오히려 기차가 이동할 때보다 역에 정차하고 있을 때 더 잠에서 깨곤 했다. 기차에서 붕~~ 이런 소리가 계속 나는데 이동하고 있으면 이동하는 소리에 묻혀서 그 소리가 거슬리지 않은데 정차하고 있으면 그 소리만 들리기 때문에 더욱 잠들기 어려웠다.

소매치기 걱정했으나 출입문을 잠글 수 있어서 역무원이 왔을 때 여권 맡기느라고 문 열었을 때 이외에는 계속 잠근 채로 있을 수 있고 혹시 몰라 여행가방을 자전거 열쇠로 기차와 고정시켜 놓고 현금이 든 가방은 머리맡에 시트밑으로 깔고 베고 잤기 때문에 도난 없이 무사히 야간열차를 타고 베네치아로 도착했다. 새벽에 밀라노에서 정차하는데 그 때 잠이 깨서 화장실에서 씻고 화장하고 옷도 원피스로 갈아 입고 맨 밑으로 내려와서 침대와 짐 정리를 끝내고 앉아서 창밖을 보며 베네치아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파리에서 베네치아로 이동하는 thello의 맨 윗층 내 자리 어두워서 플래시 터트리고 찍었다. 처음에는 맨 위 자리라서 오르내리기 불편할 거라 생각해서 자리 바꾼거 후회했으나 오히려 앉아 있어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높이도 충분하고 짐 놓는 선반도 바로 머리맡이어서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여행 가방 열어놓고 정리하고 배고파서 파리에서 미리 사온 빵이랑 우유도 먹고 정말 편했다. 오히려 그 외국인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이게 여행의 묘미인가보다 ㅋㅋㅋ

(나는 베네치아에서부터 햇볕에 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발에 벌써부터 샌들 자국이 남아 있네~~ 파리에서 기온만 높지 않았을 뿐이었지 타긴 했었군~~~)

 

플랫폼에 정차한 피렌체행 이딸로 기차~ 외관이 무척 세련되고 멋있었다. 

 

이딸로 기차의 콘센트는 멀티아답터가 필요 없어서 충전하면서 인터넷도 하면서 이동했다. (트랜이탈리아 기차는 내 플러그가 들어가지 않더라)

 

 

시속 300km로 달리고 있는 이딸로 기차와 현재 시각을 알려주고 도착예상시간 등을 알려준다. 그리고 출입문 옆의 화장실과 짐 놓는 선반

나는 우리나라에서 KTX를 타 보지 않아서 이렇게 기차가 빨리 달리는데도 승차감이 이렇게나 편할 수 있다니?? 정말 놀랐다!!!

예전에 배낭여행 할 때 유로스타를 타고 파리에서 런던으로 넘어갈 때는 미처 시속 몇킬로로 달리는지 생각지도 못했던 시절이었던 거 같다.

 

 피렌체에서 로마로 가는 기차는 Eurostar 2등석 프리미움 좌석이었기 때문에 음료와 스낵 서비스가 된다. 물수건과 함께 시원한 탄산 음료와 커피나 티 중에 선택하면 되고 쿠키를 같이 준다.

 이탈리아 남자들은 여자에게 친절하다더니 이번에 경험할 수 있었다. 나는 커피를 달라고 해서 커피를 나에게 주더니 쿠키는 마치 나를 위해 특별히 주는 것마냥 나에게 서비스라면서 윙크까지 하면서 주고 가는 것이 아닌가? 난 그냥 그라치에라고 감사인사를 했지만 아~~ 이것이 말로만 듣던 이탈리아 남자들의 들이댐인가보구나 깨달을 수 있었다.ㅋㅋㅋㅋ 나름 재밌는 경험이었다. 역무원이 돌아다니면서 표 확인을 하는데 표를 A4로 뽑아가서 보여줘도 되고 핸드폰의 PDF파일 보여줘도 된다. 

 

 

이건 핸드폰으로 찍어서 이 모냥으로 나왔다. 맨 끝에 한좌석만 있는 자리라서 편하게 여행가방을 옆에 세워두고 왔다.

 

로마에 도착하고 나서 찍은 기차 사진 에우로스타(Eurostar)

 

에우로스타 2등석 프리미엄 내부 모습

(기차 사진이 뒤죽박죽 막 섞여 있는 거 양해 바람)

 

 이 사진은 살레르노에서 로마로 올 때 탔던 마지막 기차였다.

 살레르노에서 기차가 약 20분 정도 연착되었지만 얼마나 달렸는지 로마 테르미니역에는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어서 정말 신기했다.

 원래 이렇게 테이블이 있는 좌석은 맞은편과 마주볼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열차칸의 맨끝에는 이렇게 한쪽만 있어서 여행가방을 테이블 밑에 놓기도 편하고 다른 사람 의식도 안 해도 돼서 편했다.

 근데 기차에 탑승하니 내 자리에 어떤 청년이 앉아 있어서 나에게 자리를 내어 주고 워래 자리로 돌아갔는데 내 옆자리에 있던 청년와 일행이었나보다. 나를 사이에 두고 계속 작은 목소리로 소근소근 거리면서 내 눈치보면서 이야기하는데 난 알아 들을 수도 없는 처지라서 정말 불쾌했다. 대체로 이번 여행에서 대부분의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친절만 받다가 이런 일을 겪게 되니 정말 기분이 더럽고 내가 동양인이라고 무시하는건가?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고 난 대수롭지 않게 시크한 척 하려고 기차 안에서도 계속 선글라스 끼고 노래 들으면서 왔는데 몸은 편했을지언정 두 시간 반 동안 정말 마음이 불편했다.

 

이번 기차 여행은 대체로 대만족이다. 로마에서 살레르노로 갈 때 인터시티가 약 한시간 정도 늦게 살레르노에 도착한 거 빼곤 말이다. 하필 인터시티를 예약해 가지구ㅠ.ㅠ

물론 일찍 예약해서 좌석 지정에 유리한 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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