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tic rain

네덜란드 영화 타마르 반 덴 도프 감독의 블라인드(2007)
주연: 요런 셀레슬라흐츠, 헬리너 레인

 2008년 KBS2에서 토요명화로 알게 된 영화
 토요일에 늦게 자는 버릇이 있는 나는 그날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마침 시작하는 찰나에 채널을 고정하게 된 영화다. 시작부터 분위기가 음침하고 묘해 처음엔 스릴러인가? 생각하면서 집중하기 시작했는데, 끝날 때까지 눈을 뗄 수 없는 흡인력이 있는 영화였다.  그 후 한동안은 이 영화 때문에 멍 좀 때렸다. 
 그 즈음엔 어둠의 경로를 통해 더빙판 파일로 보고 또 보고 얼마 전 설연휴 때 자막으로 된 파일을 다운받아서 보고 또 보았다. 주인공들의 목소리가 궁금했는데 성우들이 더빙한목소리도 매우 잘 어울렸다.
 

마리가 루벤을 떠나기 전 장면 이 장면 너무 로맨틱하다 못해 사람 애간장을 녹인다.







 
 


 이 영화는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한 영화인데 카이와 게르다가 루벤과 마리를 묘사하는데, 처음에는 악마의 거울조각이 눈에 들어간 카이를 눈이 안보이는 루벤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마리가 아니였을까? 생각하게 된다. 
 루벤은 어릴 때 시력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향기와 손끝을 통해 세상을 보며, 책을 읽어주는 마리의 모습을 상상하지만, 현실의 마리는 시력을 되찾은 루벤에게 자신의 추한 모습으로 나설 용기가 없어 수술로 시력을 되찾게 된 루벤을 떠나고 만다.
 당시에는 결말이 정말 충격이었지만 나는 해피엔딩이라 생각하련다. 마지막에 웃고 있는 루벤의 모습을 보여주니까... 
 도서관에서 루벤이 마리를 마리의 향기를 통해 찾게 되고 함께 가자고 하지만 마리는 동화같은 건 믿지 않는다며 떠나게 되고 루벤은 마리가 남긴 편지를 읽고 스스로 눈을 잃게 된다.
 사실 루벤이 시력을 되찾고 나서 처음 보게 되는 것이 어머니의 죽음이고, 마리도 잃고 세상에 홀로 남겨지게 된다.
 루벤의 어머니가 루벤을 부탁하면서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보려달라고 한 주치의에 의해서 홍등가에서 마리를 찾을 때는 심지어 세상의 추악한 면을 보게 되고 말이다. 
 또 루벤의 대사에서 루벤의 어머니가 시력을 되찾게 되고 나면 아름다운 것들을 볼 수 있다라고 하자 "마리보다 더 아름다울까요?" 이렇게 대답한다.

 도서관에서 처음 마리를 마주하고 마리의 겉모습을 보고 흠칫 놀랐지만 사실은 루벤은 마리의 내면을 사랑한 것이 맞는 건데...
 영화 보면서 처음에는 씻기 싫다고 지랄(?)하는 남자 주인공 보고 완전 개망나니잖아라고 생각하다가 마리와의 관계를 통해 점점 성숙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훈훈한 이미지로 바뀌게 된다.

이 영화 개봉도 안한 유럽영화지만 정말 인상적인 영화다. 여러 번 보면서 느낀 점은 영상과 영화음악 배우 감독의 연출 모두 다 좋다는 거다. 여자 감독이라 그런가 묘사가 섬세하고 감각적이다.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밖에 볼 수 없지만 누구에게나 추천하고픈 영화다.

사랑하는 루벤

이 편지를 읽을 때 쯤이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보고 있겠지
허나 가장 아름다운 것은 네 손끝으로 본 세상일거야
내 사랑, 나를 기억해 줘
네 손끝, 네 귓가에 남은 나를
너로 인해 난 놀라운 사랑을 봤어
가장 순수한 사랑
진실한 사랑은 보이지 않아
영원함도 그렇고

누군가 나에게 찾아와 내면의 얼음 조각을 녹여내고 영원이란 단어를 완성해 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