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tic rain

4월 3일까지만 해도 서울도 날씨가 쌀쌀해서 파리도 어떤가? 인터넷 일기예보 뒤적거렸더니 1주일 동안 날씨가 좋단다.. 최저 10도 최고 20도 그래도 꽤 밤에는 꽤 춥다는 얘기는 들어서 두터운 점퍼 하나 트렌치 코드 하나를 겉옷으로 입으려 챙겼었다. 부피가 큰 옷을 입어야 짐이 줄어들기에 청바지에 후드티 안에 반팔 남방, 겉에는 두터운 점퍼 모자까지 쓰니 완전 추리 그 자체다. 게다가 DSLR까지 목에 거니 벌써 힘들다. 그래도 추운 것보다야 낫지..천호역 인근에 살고 있는 입사 동기들과 6시에 천호역에서 만나 인천공항에 버스를 탔다. 알람을 5시로 맞춰놓았는데 눈이 저절로 5시가 안 되어서 떠졌다. 그랬더니 공항가는 버스에서 계속 졸기만 하고, 7시 20분경 공항에 도착, 인천공항은 역시 멋졌다. 탑승권 받고서 아침으로 파리 크루아상에서 간단히 샌드위치세트 먹고 입국심사 받고 들어갔다. 예전엔 모노레일 같은 거 없었는데 그거 타고 gate까지 가야 한단다. 인천공항도 그새 넓어졌구나. 그러나 샤를 드골 공항에 비하면 정말 소박한 정도? 
우리가 타게 될 에어프랑스 비행기가 준비중이었다. 한국어와 불어로 안내 방송을 한다. 벌써 불어의 발음이 친근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쌩얼과 추리한 옷차림으로 사진 찍기 싫었지만 그래도 기념이니까 에어프랑스 비행기를 배경으로 찰칵
역시 쌩얼과 안경, 추리한 옷차림은 어쩔 수 없다..


에어프랑스는 30분 쯤 미적미적 대더니 이륙했다. 이륙하기 전에 기내를 소독하는 거라며 스튜어디스들이 복도에서 양 손에 스프레이를 마구 뿌리며 왔다갔다 한다.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이거 하지 않더라. 그 땐 미처 안 하는지 몰랐는데 지금 생각났다. (난 지금 여행 갔다와서 손, 발, 목 등에 이유 모를 습진 생겨 피부과에 다니면서 약 먹고 있는데,,, 정확한 원인은 모르나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에서 버스 탈 때부터 오른 손에 2개의 두드러기가 생기더니 하루 지나서 양 손, 양 발로 막 퍼지더니 미친듯이 가려워 죽는 줄 알았다. 간지러움으로 소름이 끼치는 경험을 처음으로 했다. 다음 주에도 병원에서 또 오라고 하더라.)
 이전에 이용했던 말레이시아 항공에 비해서 여긴 천국이구나.. 음료수 셀프바가 있는 건 물론 샌드위치, 컵라면, 아이스크림을 잘 하면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가장 좋았던 것은 스튜어디스보다도 스튜어드가 많았다는 것 게다가 스튜어드가 190에 이르는 키와 훤칠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내가 있는 자리는 스튜어드가 서빙을 했다는 것. 음하하
비행기에 들어갈 때부터 입구에서 봉주르 마담? 하고 맞이하는 것이 아닌가? 나도 같이 봉주르 한마디 하고서 들어갔다. 개인용 스크린으로 영화 볼 수 있었으나 한국어로 하는 거 많지 않고 외화 보더라도 자막이 불어로 나와 이건 뭥미? 하며 음악을 듣는데 이건 좀 들을만 하구나.. 클래식, 팝, 락, 째즈, 알앤비 등 모든 장르가 갖춰져 있었다.
그리하여 난 잠을 잘 작정으로 바하의 골든베르크 변주곡(에어프랑스 세심하게도 골든베르크 변주곡 글렌 굴드의 연주가 있다) 틀어 놓고 눈을 감았다. 근데 어디선가 나는 음식 냄새.. 바로 기상하여 점심을 기다림!
기내식이 종류도 많고 맛있었다. 선택메뉴로 불고기와 밥을 택하고, 햄, 치즈 샐러드와 농협 꼬마 김치, 요구르트, 딸기 무스 케익, 까망베르 치즈 작은 조각, 꼬마 쥬스와 생수 가득 나온다. 게다가 프랑스답게 바게트빵은 항상 주고 음료로 와인을 요청하면 미니병 통째로 준다. 난 식사 나올 때마다 와인 달라 하여 마셨다. 나중에는 스튜어드가 알콜 음료를 더 마시겠냐며? 나에게 물어봤다. 조금 부끄러웠지만..
밥 먹고 바로 자면 소화가 안 될 것 같아 영화 좀 보려구 뒤적거렸더니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틀었는데 자막은 불어인 관계로 인내심을 갖고 참았지만 참 알아듣기가 힘들다.
그리하여 다시 뒤적거림 시작 월E 를 찾았다. 그래도 애니매이션이니까 이해하기 쉽겠지? 하고 재생했는데 완전 대박!! 대사가 거의 없고 재미있기까지 친구가 너무 크게 웃는다며 조용히 하란다.. 
셀프바는 언제 개봉인거야? 계속 노파심으로 기다렸다가 사람들이 웅성거리길래 줄 섰는데 샌드위치의 흔적은 찾아 볼 수 도 없었고 아이스크림 먹으며 좀 서있었는데 컵라면 등장.. 신라면 하나 다 먹고 다시 취침 시작
착륙 1시간 전에 다시 간단한 샐러드같은 기내식 등장...
에어프랑스 드디어 착륙을 하려고 고도를 낮추는데 비행기가 요동이 없이 활주로에 미끄러지듯 착륙한다. 정말 멋진 에어프랑스 파일럿!!!

 그러나 도착하고 나서는 가방 찾으러 갔는데 짐이 정말 늦게 나오는 것을 실감했다. 한 5분 정도 기다렸을까? 그때부터 짐이 하나씩 하나씩 떨궈져서 나온다.. 아 답답해. 짐을 가끔 분실하는 일도 생긴다고 하더라. 그나마 다행이다. 워낙에 비행기에 짐 한 번 맡기고 나면 새 트렁크가 중고가 된다던데 내 캐리어도 완전 중고 되어버렸다.


샤를 드 골 공항은 정말 거대했다. 3개의 터미널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우리는 터미널 2에서 내려 시내로 가기 위한 RER을 타기 위해 공항에 붙어 있는 이정표를 따라 갔다. 티켓을 사려고 창구에 갔다. 인터넷에서는 8.4유로 정도 한다고 해 각각 10유로씩 준비했는데 3장에 3.3유로란다. 이건 뭐지? 표에도 샤를 드골->파리 이렇게 씌어져 있고 1.1유로 써져 있다. 지하철 1회권 요금이 1.6유로인걸 감안하면 참 저렴한 가격인데..아직까지도 그 의문은 풀지 못했다.

12시간 정도의 비행 1시간 반 정도의 지하철 탑승 게다가 RER에서 지하철로 갈아타는 chatelet이란 곳은 아마 잠실역의 환승통로보다 훨씬 길거다. 환승 통로에 100미터 정도 되는 무빙워크가 두 개나 설치되어 있고 사람들이 공격적으로 앞다투어 지나간다.
파리의 지하철은 무지 더럽다. 시민들이 쓰레기를 아무데나 막 버리고 화장실이 지하철 내에 없기 때문에 소변을 아무데나 보는 것 같아 냄새까지 심하게 난다. 지하철 내에 있는 엘리베이터 타면 완전 죽음이다. 차라리 걷는게 낫지 싶다. 또 횡단보도에서 신호등 정말 잘 안 지키더라 빨간 불이어도 차만 안 오면 막 지나간다. 우리도 금새 적응하여 신호 무시하며 다녔다. 인터넷 검색질 결과 프랑스인들은 그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 생각하는 듯 하다.

지하철에 내려 민박집 약도 들고 찾아왔지만 예전 배낭여행 때 얻은 지도의 여왕이란 별명까지 있는 나도 헤매게 되더라.. 그래도 무사히 민박집에 도착하여 짐을 푸른 시각이 5시 10분 아~ 너무도 힘든 여정이었다.
토요일 저녁 메뉴는 삼겹살이라며 주방에서 삼겹살 굽는 냄새가 솔솔~ 파리까지 와서 삼겹살을 첫 끼니로 먹게 되다니... 7시 40분쯤 에펠탑을 보려고 나섰다. 6호선으로 환승했는데 6호선은 지상으로 이동하면서 우리에게 파리 시내의 고풍스러운 건물의 모습을 선사한다. 어펠탑의 모습과 함께


파리는 8시 반 정도 되어야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9시 되면 조금 깜깜해진다. 사이요궁에 도착했더니 막 어둑어둑해 질려는 시간이었다. 사진 좀 찍고나서 에펠탑에 불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에펠탑에 노란빛이 돌기 시작하더니 9시가 되고 환성과 함께 5분간의 전구쇼가 시작되었다. 어펠탑의 전구들이 반짝반짝 빛난다. "그래 내가 있는 여긴 바로 파리지",, 순간 또 다시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사이요궁을 내려가서 에펠탑 밑으로 가서 가까이 에펠탑을 보구 오르려고 기다리는 긴 줄을 보고 올라가는 건 포기하고 숙소에 가기 위해 가까운 지하철을 찾아 걷는다. 6호선이다. 요거 맘에 드는데.. 이때부터 6호선 좀 애용해 주셨다.

이 사진 내가 찍었지만 정말 멋진 사진이 된 것 같아..
7시간의 시차로 인해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다음날 새벽6까지 깨어 있었던 건가? 그래도 비행기에서 많이 잤으니까...
일기를 쓰려고 수첩을 펼쳤는데 눈거풀이 마구 내려온다. 졸린 눈을 비비며 겨우겨우 일기를 마치고 잠이 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