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tic rain

날씨가 아침부터 맑다. 하루 종일 따뜻할 것 같다.
오늘은 미술관 관람으로 빡빡한 일정이다. 파리에선 매달 첫째 일요일엔 박물관이 무료이므로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고로 아침을 빨리 먹고 나가려 했는데 우리가 묶는 민박집은 아침식사는 8시 부터란다. 9시부터 오르세 미술관은 개관인데.. 할 수 없이 1등으로 아침을 먹고 오르세로 향한다.
원피스 차임에 운동화라 친구들이 우습게 보지만 많이 걸어야 하니까 당연히 난 운동화만 신고 왔었다. 본인들의 플랫 슈즈를 벗어주고 싶다나? 남들이 뭐라 하건 난 괜찮다. 나의 발은 소중하니까..
예전에 오전에 루브르 미술관을 관람하고 오후에 오르세 미술관을 관람했었는데 오르세 미술관 줄이 길어 1시간 넘게 기다린 경험을 바탕으로 오르세를 먼저 가기로 했다. 지도상으로 가까운 역이 앵발리드 역이어서 내렸더니만 금색 돔 지붕의 앵발리드만 보이고 넓은 평지 오르세는 어디에 있지? 지나가는 프랑스 청년을 붙들고 오르세 미술관 가는 길을 서툰 영어로 물어봤다. 그 청년도 영어는 잘 못하더라 손 짓으로 방향을 가르쳐 주면서 불어로 뭐라뭐라 한다. (가끔 친절한 파리 사람들을 만나곤 하는데 내가 멈칫하거나 지도를 손에 들고 있으면 먼저 찾아와서 불어로 뭐라뭐라 말한다. 난 뭔 소린지 모르지만 계속 뭐라뭐라 하면서 떠나지 않아 고개를 끄덕이면서 '메르시'라고 하면 떠날 것 같지만 내가 발걸음을 옮기기 전까지는 절대 안 떠난다.) 
한 20분 정도 헤매다가 오르세 미술관에는 9시 반 정도에 도착하여 30분 정도 줄을 서다가 10시 쯤에 입장했는데 가방 검사까지 하고 공항 검색대같은 곳도 지나쳐야 한다. 예전과 바뀐 점에 새삼 놀랐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이었다. 그들은 어떻게 지금 휴가를 받아서 여행 온 거지?했는데 유럽은 지금 2주간의 봄방학이라더라.. 민박집에도 5명의 일행이 리용에서 유학중에 파리 여행 온 거라고 하더군
어제부터 느낀 건데 파리 청년들 꽤 훈남들이 많아 눈이 즐겁다. 지하철에 타도 훈남이 있고 게다가 매너까지 좋은 훈남도 있어 도움을 가끔 받긴 한다.
-RER(파리의 국철 정도?)을 타고 나올 때 우리 나라의 버스 카드 개념의 파리의 나비고 패스가 있다. 여행자의 경우 카드를 구입하고 1주일 요금을 충전하여 다니는데 그 카드를 찍고 나와야 한다. 지하철은 들어갈 때만 찍으면 되지만 RER은 나올 때도 카드를 찍어야 문이 열린다. 그러나 그 카드를 찍은 후 멈칫하거나 바로 문을 밀고 들어가지 않으면 그 카드를 찍더라도 문이 다시는 열리지 않고 경고음만 나게 되어 나갈 수가 없는 일이 생기곤 하더라. 그래서 이리 저리 다 찍어보다가 유모차라든가? 휠체어 통과용으로 만든 유리문이 이중으로 되어 있는 곳이 있어 버튼을 누르고 문 과 문 사이의 공간에 들어가 다시 카드를 대어봤는데 역시나 안 되는 것이 아닌가? 다시 지하철 안쪽으로 나갈려고 해도 안에는 버튼이 없어 나가지도 들어가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던 적이 있다. 정말 당황해서 그 좁은 문과 문 사이로 나가려고 나의 거대한 몸을 일어봤자 통과할 수 있겠는가? 당황해 하고 있었는데 안 쪽의 어떤 청년이 버튼을 눌러 문을 열어 주었다. 나오자마자 알아챘는데 사실 내가 단말기에 들이대고 있었던 것은 외환 체크카드였던 것이다. 아 바보 멍청이!!! 넘흐 부끄러워서 고맙단 얘기도 못하고 나비고 패스를 꺼내어 단말기에 대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온 적이 있다.-
여긴 미안하다는 말인 "파르동"이라는 말을 달고 산다. 비켜달라는 사람마다 파르동! 파리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봉주르와 파르동이 아닐까?

아래의 사진의 로뎅이란 글씨만 보구 로뎅의 조각을 전시한다는 뜻인줄 알았는데 들어가 보니 별로 없는게 아닌가? 지금에 와서 불어로 oublier를 찾아보니 잊어버리다라는 뜻이었구나.. 역시 무식이 죄야..

오르세는 역시 나에게 큰 기쁨을 안겨 주었다.
교양 과목으로 프랑스 문화와 예술이란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고 학점도 A+를 받을 정도였으나 지금 생각나는 건 교수님의 심히 꺽으시는 억양의 데꺄르트와 루브르 박물관 중앙에 피라미드가 있다는 것 프랑스 궁전의 구조와 분수, 프랑스 혁명 그 정도 뿐이다. 그 시절 프랑스 리포트 과제로 낸 밀레의 이삭줍기 감상문이 계기가 되어 밀레에 대해 알아보면서 그림들을 찾아보니 화려하거나 화사하진 않지만 따뜻하고 소박한 느낌의 밀레를 좋아하게 되었다. 밀레의 그림은 얼마 되지 않아 따로 방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복도 쯤에 있어 찾는데 좀 걸렸다. 가장 먼저 보고 싶었는데...
그림의 크기가 생각보다 크지 않지만 여전히 나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는 이삭줍기와 만종.
다시 볼 수 있다고 예전에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난 다시 오르세 미술관을 거닐고 있다. 아~ 정말 꿈만 같다.
중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이셨던 미술선생님의 영향으로 인상파 마네, 모데, 드가, 르느와르, 시슬레, 피사로 은율을 맞추어 외우고 있던 나에게 익숙한 인상파들의 그림을 여기서 마음껏 볼 수 있다.
또 고흐의 작품들도 꽤나 많다.

오르세 미술관의 상징은 큰 시계 이 시계를 보니 문득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생각났다.
예전에 왔을 때 힘들어서 저 의자에 앉고서 발을 의자 위에 걸쳤다가 직원에게 잔소리 들은 적이 있다. 이제 다시는 안 그런다.


기차역에서 미술관으로 재탄생한 오르세 프랑스의 건축물들은 모두 거대하고 멋지다. 존재만으로 나를 작게 만드는 힘이 있다. 3층으로 가면 고흐의 방이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그림들이 많아 즐거움이 배가 된다.

내가 사진을 좀 허접하게 찍는다. DSLR 들고 다녀도 그냥 자동 모드로 찍는 게 전부다.
지금 화면으로 보니 보구만 있어도 감동인 이런 멋진 그림을 더욱 허접하게 찍었구나 그림의 제목은 오베르 교회.
오르세 미술관의 그림에 대한 설명표에는 오로지 불어만 있다. 그림 제목 몰라도 그냥 지나쳐야 한다. 자좀심이 너무 강한 프랑스인들...
그래도 미술관 지도는 한국어로 인쇄된 것이 있다. 구석에 삼성에서 지원받아 제작한 것이라고 삼성로고가 인쇄되어 있다.
 영국의 대영박물관, 거기 갔을 때도 한국관이 있었는데 그것도 삼성이 지원해서 제작된 것이다. 나무로 제작된 정자가 있었는데 영국의 박물관들은 입장료가 무료이고 돈을 넣는 통이 있어 그곳에 본인이 넣고 싶은 만큼의 돈을 넣는 제도다. 한국관에 있던 돈통에 우리 나라 천원짜리 지폐를 보고 온 기억이 있다.

고흐의 방은 유명한 그림들이 많아서 오랫동안 시간을 할애했어도 막상 그 그림이 어떻게 그려진 그림인지? 자세한 내막까지는 몰랐다. 오기 전에 책도 읽었는데... 내 머릿 속에 지우개라도 있는 건 아닐까? 넘흐 답답했다.
오르세에서 약 3시간을 보내고 루브르를 향하여 출발! 다리를 건너려는데 다리 건너편에 마라톤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가이드북에서 읽었는데 4월에 세계마라톤 대회를 매해 연다고 하더라. 별로 관심은 없었는데 그날이었나 보다.